*성명 : 박인태
*장르 : 소설 부문
*등단작 : 초분(草墳)
*당선 소감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2024년 봄, 늘 다니던 동네 의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청진기로 심장을 검진하던 의사 선생님이 심장에서 좋지 않은 잡 소리가 나니 상급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 보라는 것이다.
평소 별다른 아픈 증상이 없던 내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탈길을 오르면 숨이 가쁜 것이 살이 너무 쪄서 그런 것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정밀검사 결과는 “대동맥 심장판막증”이라 했다. 수술 외에 치료 방법이 없는 3기를 넘어섰다고 한다.
수술을 앞두고 죽음을 생각하며 예약된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초조함은 마치 못다 쓴 유언과 같은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쓰다가 고치기를 수없이 한 처녀 소설 “초분(草墳)” 원고가 마음에 걸렸다.
23살 젊은 나이에 같은 동네 친구와 결혼하여 출산 중 아이도 낳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의 기막힌 이야기를 다룬 미완성 단편소설이 그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맞서며 주검을 다룬 미완성 소설 원고를 다시 수정하기 시작했다.
소설의 전개를 검토하고, 등장인물의 특색 없는 성격도 다듬고, 군더더기가 많이 붙은 부분을 가감하게 도려내고, 소설의 소재가 되는 슬픔을 고향 섬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어나도록 수정하며 간신히 탈고하게 되었다.
소설 원고는 2008년 시 부문 신인상을 받은 한비문학 소설 부문에 응모했다.
필자는 2024.10.21. 마침내 서울 어느 큰 병원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눈이 안 보이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보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되었다 합니다” 아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아주 다행인 것은 이제는 퇴원하여 조금씩 정상을 향해 회복하고 있다.
기쁜 소식이 전해왔다. 그렇게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했던 소설 “초분(草憤)” 이 문학지에 등재하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죽음의 손짓에도 굴하지 않은 삶은 환희다.
한비문학 김영태 발행인과 부족한 작품을 심사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인생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재가 소설이 되듯 용기를 내어 글짓기 공부에도 매진하고 싶다.
끝으로 소설 초분(草墳)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다.
못다 한 말은 오래전에 떠난 “친구야 명복을 빈다”.
2024.11